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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FA 릴레이 에세이

활을 쏘려면 당기기도 해야 하지만 놓기도 해야 한다. - 김다
  • 작성일 : 2025-01-07
  • 조회 : 349
  

채움을 비우러 가다 만난 나의 전장

 

첫 회사는 너무나 심심했고, 두번째 회사는 너무나 재밌다 못해 불태워 번아웃이 온 나는 학교 선배의 추천으로 세번째 회사를 오게 되었다. 새로 찾은 이 곳에서 일과 삶의 균형을 찾을 수 있었다. 대표님들이 배려해주신 덕분에 일하며 건축사도 딸 수 있었다. 건축사를 따며 소장이 되었고, 얼마 전에는 대표가 되었다. 직원에서 임원으로 성장해가며 실무자로 느끼는 부담감에 더해서 건축주와 직접 협의하며 느끼는 책임자로서의 부담감을 배우게 되었다. 현재도 좌충우돌하며 호되게 배우는 초보 소장의 기간이다

 

그림건축은 종교시설과 교육연구시설을 주로 설계하고 예비타당성을 검토하는 부서도 있어 회사 규모는 크지 않지만 특정 분야의 업무에 특화되어있다. 이곳에서 소장님들이 계속 조언해 주었던 것은 나만의 특화된 장점을 가져야한다는 것이었다. 아직은 여기저기 부딪혀가며 나만의 특장점을 찾아가고 있다.

 

종교시설을 하며 느낀 점은 하느님의 집을 짓는 일은 쉽지 않아서 수많은 시험과 시련이 함께하였다. (모든 일이 다 그렇겠지만...) 그럼에도 진심을 다하다보니 일전에는 PM이더라 해도 대표님의 조력자라고 느껴왔던 프로젝트가 어느새 내 프로젝트라고 느끼게 되는 때를 만나게 되었다. 불이나 갈 곳을 잃은 신자들을 위해 불난 잔해 위에 세워진 영월 상동공소, 한국의 2번째 신부인 최양업 신부님을 기리는 속리산 깊숙한 곳에 자리한 멍에목 성지를 담당하며 왕복 7-8시간을 운전하고, 신부님과 소통하며 나아가다보니 어느새 일에서도 최전선에서 운전대를 잡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축복식 때에 준공의 기쁨에 눈물을 흘리는 신자들을 보며 또 한편으로는 건축가가 ‘내’작품이라고 여기지만, 진정한 주인은 건축주, 사용자라는 것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회사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와중에도 나만의 프로젝트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가시지 않았다. 그러던 중 운 좋게 학교 도서관 리모델링 일을 하게 되었다. 처음 학교 인테리어 일을 하게 되어서인지 학교에서 주로 쓰지 않는 재료들로 조금은 다르게 디자인을 하였는데 이를 선생님께서 마음에 들어하셨다. 이후로 학교 후배인 도요건축사사무소의 김유빈 소장과 같이 공모전에 도전하게 되었고 세화여자중학교 급식실 및 체육관 공모가 당선되어 우여곡절 끝에 공사에 들어가 올해 4월 완공을 바라보고 있다. 다음에 또 함께 도전한 공모전에도 당선되어 나주중학교 그린스마트 스쿨 설계를 진행하고 있다.

멘토 같은 대표님과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동료와 함께 진일보하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내가 수주를 한다는 것이 상상도 되지 않았는데 뜻을 두면 길이 생긴다는 것이 이런 것인가 하며 다음 걸음을 계속 해본다.

 

 

부족함을 채우러 갔다 찾은 나의 케렌시아

 

책상에 앉아 공부만 하면 되었던 고등학교 시절을 지나 운명처럼 들어간 건축과는 재미있었지만 큰 어려움이 있었다. 바로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것이었다. 무대 체질이 아닌 나로서는 머리가 쭈뼛서고 머릿속이 하얘지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러다 “궁궐길라잡이”를 뽑는 다는 소식을 우연히 듣게 된다. 일요일마다 궁궐에서 시민들에게 해설을 하는 봉사활동이었다. 학창시절부터 역사를 좋아했던 터라 관심도 갔고, 대중 앞에서 궁궐 해설을 하다보면 발표연습이 될 것 같았다. 이렇게 대학교 때 부터 시작하게 된 궁궐길라잡이 활동은 나에게 오아시스 같은 곳이 되었다. 5개 궁궐 중에서도 유일하게 세계문화유산에 등재 된 창덕궁을 주기적으로 가서 만끽할 수 있는 즐거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선생님으로 칭하며 친구가 될 수 있는 즐거움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즐거움이 가득했다. 활동 초반에는 갈증에 물을 벌컥벌컥 마시듯이 신나게 활동을 했다. 첫 회사에서 풀리지 못한 일의 갈증을 궁궐 활동으로 풀었다. 속해있던 단체에서 독립해 독자적인 단체로 독립하며 로고도 만들어야했는데, 이도 도맡아 디자인하였고, 궁궐뿐만 아니라 서울 곳곳의 역사적인 공간을 답사하는 궁묘술래라는 프로그램 만드는 데에도 같이 참여했다. 한동안 찐하게 활동하다보니 소중한 인연들이 늘어났다. 이제 10년도 넘게 활동을 하다 보니 지금은 회사 일에, 육아 생활에 밀려 1-2달에 한번 정도 정기적인 해설활동 밖에 못하고 있지만, 이 때의 경험은 소중한 인연을 만나 인생의 멘토같은 분들을 만나게도 해주었다. 건축가로써 반복되는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시민들에게 창덕궁을 해설을 하며 해방감을 느껴본다.

 

활을 쏘려면 당기기도 해야 하지만 놓기도 해야 한다.

 

건축은 나에게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당기는 힘, 창덕궁은 나에게 내려놓는 휴식의 시간이다. 새해에는 여건협 모든 회원분들 모두 바쁜 와중에도 일과 휴식이 균형을 이루는 건강한 한해가 되길 기원한다.

초보 소장으로서 알고 싶은 것도 많고 묻고 싶은 것도 많아 가입하게 된 여성건축가협회에서 또 다른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

 

 

   

  신부님과 임근배 대표님과 영월 상동공소에서                                                               궁궐 해설 중 한 컷

 

 

http://glimarch.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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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이이지는 릴레이 에세이는 우다 건축사사무소의 강혜진 대표님의 스토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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