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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의 시선

건물을 그리는 작가의 삶_김란수
  • 작성일 : 2025-02-13
  • 조회 : 446

건축가로 살아가는 사람들 중에 그림에 재능이 있거나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아는 건축가 중에는 미대를 지원하려고 하였으나 먹고 살기 힘들다는 이유로 또는 집안의 반대에 부딪혀서 건축을 전공한 사람들이 여럿 있다. 나 또한 어린 시절부터 그림대회에 나가서 상을 받거나 그림을 잘 그린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랐다. 대학 시절에는 1년 반 정도를 화실을 다니면서 그림을 그리기도 하였다. 나에게 그림은 가깝고도 먼 하나의 대상이었으며, 화실에서 그림 그릴 때의 즐거움이 마음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었다.

 

다시 그림을 그리게 된 계기는 첫째를 임신하고 입덧이 너무 심하여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서 태교에만 전념할 때였다. 집 근처 문화센터에서 뎃생을 배웠다. 붓을 잡던 손에 4B연필이 들려있었다. 그 당시 나는 문화센터에서 그렸던 것들을 떠올리며 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건들을 활용하여 연필 뎃생을 하였다. 그것도 잠시 아이가 태어나고 다시 현장으로 출근을 하게 되면서 그림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언젠가 시간이 허락된다면 다시 그림을 그리겠다는 생각과 함께...

 

둘째를 가지면서 다니던 건축사사무소를 그만두고 인생에 대하여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하였다. 과연 건축 설계로 먹고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였으며,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는 선배들의 생활을 들여다보다가 다른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부동산을 공부하였다. 이 당시는 노무현 대통령 시절로 부동산 특히 아파트 가격이 폭등하여 모든 국민들이 부동산에 지대한 관심이 집중되던 때였다. 나에게 부동산공부는 건축물을 바라보고 대하는 다른 시각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공부가 끝나면서 다시 건축사사무소에서 일을 하였다. 내 속에는 채워지지 않는 그림에 대한 간절함을 가지고서 일상을 살아가고 있었다.

 

2008년 이후, 전세계적으로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내가 다니던 건축사사무소에도 위기가 왔다. IMF 이후 다시 겪는 정리해고였다. 이를 계기로 다시 박사 공부와 지역 내 여성회관에서 그림을 배우기 시작하였다. 언젠가 시간이 나면 그림을 그려야겠다는 생각은 내가 시간을 내어야만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으로 생각이 바뀌었다. 여성회관에서 그림을 그리는 시간은 내가 숨 쉴 수 있도록 하는 작은 공간이었으며, 모든 것을 잊고 그림에 전념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같이 그림을 그리고 전시를 하며 조금씩 작가로 성장하고 있었다.

 

박사공부를 마치고 주택사업을 하던 사람들과의 갈등이 발생하면서 그림을 그리는 행위에 대한 고민이 생기기 시작하였다. 이 당시에는 내가 좋아하는 사진을 가지고 와서 그림으로 옮기는 작업들만 하였다. 선생님은 그림에 나의 생각과 느낌을 담으라고만 하였으나 그 말의 의미를 알지 못했다. 나의 생각과 느낌을 담는다는 말에 대한 의미와 내가 그림을 그리는 행위에 대한 정당성을 찾기 위하여 다시 미술대학에서 정식으로 미술공부를 하였다. 미술대학에서의 공부는 한 사람의 작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육아, 연구 및 미술공부라는 일을 한꺼번에 하면서 많이 힘들었지만 행복한 시간이었다. 동기들과 함께 한 졸업 전시와 학기가 끝날 때마다 학교 내의 갤러리에서 진행되는 전시는 앞으로 작가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들을 제공해 주었다.

 

학교 졸업 후 갤러리로부터 연락이 왔다. 졸업 전시 작품을 보았다면서 전속작가로 계약을 체결하자고 하였다. 나를 찾아주는 갤러리가 있다는 감사한 마음에 얼른 계약을 하였으며, 이 갤러리는 나와 벌써 3회나 연장계약을 하였다. 갤러리를 통하여 주기적으로 작품 렌탈이 이루어지고, 가끔은 렌탈하신 분들이 작품을 구매하고 있다. 지인이 아닌 작품만을 보고 구매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작가로서 작품에 대한 책임감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나는 첫 개인전 이후 벌써 14번째의 개인전을 하였으며, 아트페어 및 단체전에 80여회 참여하였다. 해외 갤러리를 통하여 이탈리아 및 스위스 등 작품이 소장되었다. 작년 인사동 인사아트센터(5)에서 개최된 개인전에는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여 작품을 사랑해 주셨다.

 

김란수, 건축예찬_마리나베이_싱가포르, 30.0*60.0cm, Acrylic on canvas, 2024

 

김란수, 건축예찬_구겐하임미술관_빌바오_플랑크게리, 30.0*60.0cm, Acrylic on canvas, 2024

 

프로필_김란수 대표

 

경남대학교 건축공학과 학사, 서울디지털대학교 미술학 학사(문화예술경영학사 복수전공), 국민대학교 건축학 석사, 세종대학교 부동산경영학과 석사 및 행정학과 박사(도시 및 부동산정책 전공)를 하였으며, 두모어건축사사무소 대표로 있다. 협동조합주택, 사회주택 및 공동체주택과 관련된 연구를 주로 하고 있으며, 건축물을 그리는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광명미술협회 회원 및 오픈갤러리(Open Gallery) 전속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https://www.opengallery.co.kr/search/?sq=%EA%B9%80%EB%9E%80%EC%8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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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이어지는 릴레이 에세이는 비와이건축사사무소의 백수정 대표님의 스토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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