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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의 시선

그리 크지 않은 집을 꿈꾸며 _ 강미현
  • 작성일 : 2025-06-15
  • 조회 : 420

그리 크지 않은 집을 꿈꾸며 

/ 건축가 강미현, 삶을 짓는 일을 합니다heart

 

저는 그리 크지 않은 집이 좋습니다.

단지 규모가 작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형태보다는 그 안에 담길 삶의 결이 천천히 묻어나는 집,

더 크게보다는 더 나답게살아갈 수 있도록

그렇게 지어진 집을 말합니다.

 

건축을 함께하는 동료로서, 아마 당신도 공감하실 겁니다.

집을 설계하다 보면 많은 이들이

자신의 삶보다는 남들의 시선을 먼저 생각한다는 것을요.

실제로는 잘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없으면 어딘가 불안한,

남들도 있으니까 있어야 할 것 같은체면을 위한 공간들 말입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조용히 생각해 봅니다.

우리가 건축하는 사람으로서 던져야 하는 질문은 결국,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가 아닐까 합니다.

 

우리가 만드는 집이 연극을 위한 무대는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롯이 나와 가족을 위한 삶의 공간이면 좋겠습니다.

가족 한 사람 한 사람을 담은 그리고 닮은,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그릇이었으면 합니다.

가족의 이야기를 품고, 생각을 담으며,

때로는 아무 말 없는 침묵도 받아줄 수 있는 그런 그릇 말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창문 하나, 조명 하나,

손이 자주 닿는 작은 손잡이 하나까지도

그 집에 살아갈 사람들의 기억과 습관, 감정과 계절까지도

세심하게 담아내려 꼼꼼히 고민하게 됩니다.

 

어쩌면 집을 짓는 시간은

삶을 돌아보는 시간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삶을 품고 살아갈지 천천히 되묻는 과정이며,

삶에서 가장 귀한 것을 가려내어 간직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가족들의 하루가 어떻게 시작되고

어디에서 모이고, 어떤 시간에 각자의 자리로 흩어지는지를

조용히 살펴보고 이해하는 과정입니다.

 

집을 짓는 일은, 결국 삶을 그리는 일이라고 믿습니다.

 

주방 옆 작은 식탁에서 나누는 소박한 밥 한 끼의 온기,

창가에 놓인 의자 하나에서 고요히 바라보는 풍경,

창밖의 나무가 바람에 흔들릴 때 그 움직임을 느낄 수 있는 여백까지도

놓치지 않고 품어두는 집이면 좋겠습니다.

 

서재가 손님방으로도 바뀌고,

거실 한편이 아이들의 작은 작업실이 되기도 하는,

하나의 공간이 여러 얼굴로 살아나는 그런 집이면 좋겠습니다.

 

공간이 사람의 삶을 따라 유연하게 흐를 수 있다면,

그 집은 이미 충분히 아름답습니다.

 

집을 짓는다는 건 결국,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고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집의 크기란,

우리 삶에서 지켜야 할 것과 놓아야 할 것을 가르는 기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지어진 집은 작지만,

환경에도 작게나마 기여할 수 있습니다.

자원을 조금 덜 쓰고, 에너지를 아껴

집이 차지한 땅만큼 자연에게 여백을 돌려줄 수 있으니까요.

 

작은 집은 계절과도 더 잘 어울립니다.

여름이면 바람이 시원하게 지나가고,

겨울이면 낮게 드리운 햇살이 오래 머물고 작은 난로 하나로도 충분히 따뜻한 그런 집 말입니다.

 

마당 한편에는 나무가 자라고,

풀들이 피어나고, 빗물이 스며들어

작은 생명들이 다시 순환하는 그런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결국 그리 크지 않은 집이라는 것은

소유보다는 만족을,

보여주기보다는 살아가기를 고민하게 합니다.

많이 가지기보다는 제대로 살아가는 것,

그것이 우리 건축가들이 함께 고민해야 할

이 시대의 조용한 실천이 아닐까 싶습니다.

 

동료 건축가인 당신도 아마 깊이 공감하시리라 생각합니다.

건축이라는 일은 결국,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는 과정이라는 것을 말이지요.

 

이 질문 앞에서 저는 늘 작아지고 겸손해집니다.

우리가 꿈꾸는 집은

겉모습보다는 내면의 아름다움과 삶의 풍요를 담아내는 집이기를 바랍니다.

 

그리 크지 않은 집이라도,

그 안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과 삶이 충분히 넉넉하다면

그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당신께

조심스럽게 여쭙고 싶습니다.

 

당신은 지금 어떤 집을 꿈꾸고 계신가요?

당신이 살아온 계절과 닮아 있는 집이기를,

당신의 온기가 집안 곳곳에 스며들어 있기를,

그리고 그 집에서 살아갈 사람들의 하루하루가

더없이 따뜻하고 풍성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프로필_강미현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 소속 건축사사무소 예감

 
이번 글은 [율그룹 건축사사무소] 김희순 대표님의 릴레이 에세이 요청으로 쓰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스스로에게, 제 작업에 대해, 집과 삶에 대해 다시금 천천히 되묻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다음 릴레이는 [건축사사무소 희]의 김진희 건축사님의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늘 따뜻한 진심으로 건축을 대하는 분이 계셔서, 같은 길을 걷는 저로서도 마음이 든든합니다.
그 마음, 글로도 고스란히 회원님께 전해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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