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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해외건축답사_"바우하우스부터 독일 현대건축의 역사와 문화, 프라하의 낭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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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Architectuer Tour
"바우하우스부터 독일 현대건축의 역사와 문화, 프라하의 낭만까지“
디에이피종합건설 박종근
차가운 여름, 뜨거운 건축 여정의 시작.
여성건축가 협회에 가입하고 처음 가게 된 해외답사였다. 최초로 50명이 참여하는 대규모의 답사였기에 6박8일의 여정을 무사히 잘 지낼 수 있을지 설렘과 걱정이 가득했다. 일주일 동안, 라이프치히, 데사우, 베를린, 드레스덴, 프라하까지 다섯 도시의 40여개의 건축물을 돌아보며 건축의 역사를 따라가는 일정이었다. 여름임에도 불구하고 초겨울 같은 쌀쌀한 날씨가 계속되면서, 답사 내내 가져온 얇은 옷들을 겹겹이 겹쳐 있고 다녀야 했다. 날씨는 뜻밖이었지만, 각 도시가 지닌 건축의 이야기를 듣기에 여념이 없어 날씨는 중요치 않았다. 몇몇 건물의 내부를 관람하지 못해 아쉬움도 있었지만, 다섯 도시를 오가며 건축은 단순한 공간을 넘어 시간과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문화의 교차로 라이프치히
여행의 첫 발걸음은 라이프치히에서 시작되었다. 이 도시는 과거와 현재가 얽혀 있는 공간으로, 건축물마다 독특한 이야기를 품고 있었다. 라이프치히 조형예술박물관은 제한된 공간에 광범위한 프로그램을 수용하는 대규모 박물관을 통합하면서 도심의 다양성을 유지하였다. 모퉁이마다 각진 매스를 컴팩트하게 배치하고 블록 중심에 건물을 배치하여 소통공간을 살렸으며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내부로 들어가면 거대한 콘크리트 덩어리의 압도적인 느낌은 독일답사의 첫 장소로 손색이 없었다.
도이체스 부게베르베 박물관은 독일의 인쇄 역사와 서적의 예술적 가치를 조명하기 위해 설계되었다고 한다. 현대적인 재료를 사용한 외관은 과거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방문객이 자연광을 최대한 느낄 수 있도록 배치되어 있다. 내부는 다양한 작업실로 나누어져 있으며, 유동적인 동선을 강조하여 관람객이 자연스럽게 탐색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건축공간을 통해 연결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장소였다.
트리니타티스 예배당은 외부 관람만 하고 돌아가는 계획이었는데 운이 좋게도 관리자에게 양해를 구해 짧지만 내부를 둘러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모던하고 고요한 느낌의 건축물은 주변 환경과 잘 어울리면서도 명확한 장소성을 가지고 있었다. 내부의 14m높이가 넘는 홀은 대형 채광창으로 인해 더욱 강렬하고 초월적인 공간 경험을 할 수 있게 한다.
바우하우스의 유산 데사우
다음 목적지는 바우하우스의 고향인 데사우였다. 이곳은 현대 건축과 디자인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데사우에서 처음으로 방문한 독일 연방환경청 본부는 지속 가능한 건축의 상징으로 여겨지며, 에너지 효율과 환경 보호를 최우선으로 고려한 설계하였다. 건물 내 자연환기 시스템을 갖추고 지역에서 조달 가능한 지속가능 재료를 사용하여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 하였다. 유리와 금속으로 이루어진 외관은 투명성을 강조하며,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 건물은 단순한 공간을 넘어 지역 사회와의 조화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역할도 가능함을 알 수 있는 인상 깊은 건물이었다.
다음으로 방문한 바우하우스는 다른 장소보다도 특히 설렜던 것 같다. 바우하우스는 현대 건축의 아이콘으로, 이곳은 건축과 디자인의 혁신적인 사상이 집약된 공간이다. 바우하우스 학생의 안내로 진행된 탐방에서는 당시의 혁신적인 사상과 디자인 원칙이 어떻게 실현되었는지를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공간의 기능성을 중시하는 바우하우스 철학은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강력한 원칙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특히 마이스터 하우스는 당시 건축가들의 삶과 작업이 어떻게 결합되었는지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공간이었다.
역사와 현대의 공존 베를린
베를린은 역사를 기억하는 자세에 대해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하는 도시였다. 곳곳에 남아있는 역사의 흔적들은 도시를 둘러보는 내내 마음을 경건하게 만들었다. 다니엘 리베스킨트가 설계한 유대인 박물관은 비대칭의 형태와 공간 구성으로 외관의 균형 잡히지 않은 형태는 불확실성과 고통을 상징하며, 내부 공간은 관람객이 서로 다른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전시실은 유대인 역사와 문화에 관한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데, 다수의 아치형 통로와 엉킨 형태의 공간은 우리에게 마치 역사를 체험하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어두운 복도와 이어지는 비좁은 공간은 고통과 상실감을 경험하게도 하며, 쇠사슬 소리를 비슷하게 구현한 공간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당시의 고통을 고스란히 느끼는 경험을 하였다. 건축이 이렇게 많은 감정을 품을 수 있다니 천재적인 건축물이라는 경외심도 들었다.
유대인 추모공원은 수많은 기둥으로 이루어져 있다. 잃어버린 기억과 고통을 상징하는데 이곳의 비어 있는 공간과 기둥의 높낮이는 각자의 감정과 기억을 상기시키며, 건축이 기억을 어떻게 형상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바닥의 높낮이, 기둥의 높낮이의 변화는 나의 삶과도 닮아있다는 생각도 문득 들었던 인상 깊은 장소였다.
국회의사당에 도착했을 즈음 굵은 빗줄기가 시작되었고 장대비를 맞으며 급히 뛰어가는 바람에 독일의 국회의사당은 모두에게 잊지 못할 진한 추억으로 남았을 것이다. 건축물의 상징적인 요소인 유리 돔을 통해 360도 파노라마처럼 베를린 시내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지역 명소였다. 또한 돔 안의 또 다른 돔으로 의원 의회장을 두어, 램프를 통해 올라가는 시민들이 의회장을 내려다볼 수 있도록 하였는데 이는 국가의 상부에 시민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건축적으로 함유하는 장치라고 한다. 국회의사당 돔은 디자인과 의미 모두 강하게 표출된 성공한 건축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크의 아름다움 드레스덴
도시에 도착하자마자 시간 여행을 떠난 듯 중세시대의 정교한 조각들과 그림들이 눈을 사로잡았고 언제라도 중세 사람들이 튀어나올 것만 같은 거리를 보며 상상의 나래가 펼쳐지는 역사를 그대로 간직한 도시였다. 체코로 이동하는 중간에 들른 짧은 여정이 못내 아쉬워 다음번에 꼭 드레스덴 여행을 다시 오고자 다짐했던 장소였다. 화려한 장식과 정교한 조각이 가득한 드레스덴 성은 역사적 가치와 예술적 아름다움을 동시에 지니고 있었다. 바로크 스타일의 조각과 화려한 외관은 과거의 영광을 표현하고, 이곳에서의 경험은 과거와 현대를 잇는 다리가 되어준다.
뉴 알버티늄은 전통적 요소와 현대적 전시 방식이 조화를 이루는 이곳은 건축과 예술의 상호작용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대형유리를 이용한 자연채광을 활용하여 작품을 돋보이게 만들고, 공간의 흐름 또한 자연스러움을 의도한 것 같았다. 다양한 작품들에 적합한 공간의 흐름과 채광 또한 건축물의 역할이라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엘베 강을 따라 조성된 브륄의 테라스 위를 거닐면서 드레스덴의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었다. 여행 막바지에 이르러 심신이 지쳐있는 우리를 환기시켜 줄 수 있는 최적의 장소와 타이밍이었다. 언제 그랬냐는 듯 피곤함을 떨쳐낼 수 있는 힐링 공간이었다. 역사적 의미 , 건축적 의미를 벗어나 그냥 그 자체로 자연과 공간을 만끽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낭만의 도시 프라하
마지막 도시 프라하에 도착하였다. 다른 도시에 비해 관광객이 너무 많아 한국과 가끔 헷갈리기도 했지만 프라하라는 이름 자체에서 오는 낭만의 향기가 있었다. 프라하의 밤은 곧 여행의 마지막 밤이었다. 우리 50인은 만찬을 위해 의상을 차려입고 프라하 광장을 거쳐 근사한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운영진에서 힘들게 준비해준 감격스런 만찬이었다.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회원들의 모습은 시선을 사로잡았고, 여행의 피로를 서로 보듬어주고 각자의 경험을 나누는 따뜻한 자리였다. 그날 밤은 추적추적 비가 내렸고, 우리는 삼삼오오 비오는 카를교를 걸으며 프라하의 정취를 느꼈다. 프라하 성에 걸린 핑크빛 하늘은 정말 특별한 하루를 만들어 주는 듯 했다. 프라하 광장의 이름 모를 펍에서의 맥주 한잔도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았다.
한국으로 떠나는 마지막 날 프라하의 건축물을 돌아보았다.
자하 하디드의 독창적인 디자인이 돋보이는 마사리츠카 빌딩은 곡선과 직선을 활용한 혁신적인 형태로, 현대 건축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유동적인 외관은 자연과의 연결을 강조한 듯 하였고 이런 건축디자인 구현이 가능하다는 사실에 연신 감탄할 수밖에 없는 건물이었다.
리차드 마이어의 파크뷰는 이곳은 주변 환경과의 조화가 뛰어난 공간이었다. 내부를 자세히 볼 수는 없었지만 많은 요소를 포함하면서도 깔끔한 디자인과 완벽해 퀄리티 높은 시공은 주변의 조화를 끌어내기에 충분하였다.
건축학도라면 누구나 들어본 프랭크 게리의 댄싱 하우스는 현대적인 건축 디자인의 아이콘이다. 프라하의 역사적인 건축물들과의 대조가 뚜렷하게 드러나는 지점에서, 현대와 전통의 공존과 대비를 뚜렷이 느낄 수 있었다. 춤을 추는 듯 한 건축물의 형상은 보는 이에게 다양한 영감을 주는 듯 했다.
답사 후기를 마무리하며.
독일체코 답사는 단순히 건축물을 탐방하는 것을 넘어, 각자의 건축적 시각을 나누고, 서로의 경험을 통해 더 깊은 이해를 나누는 시간이었다. 또한 흘러 온 시간과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는 건축의 방법은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다양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50명의 여성 건축가들이 함께 한 이 여정은 건축인 선후배 간의 교류의 장으로 거듭나고 한걸음 더 나아가는 여성건축가 협회의 모습을 기대하게 되는 뜻 깊은 답사로 기억될 것이다.
아울러 몇 달 간 준비해 주시고 무사히 답사를 잘 마칠 수 있게 애써주신 답사위원회 운영진께 이 글을 빌어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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