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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의 시선

부분으로 남겨진 원들_거주의 리듬을 조직하는 작은 기하학_한국예술종합
학교 김태영 교수
  • 작성일 : 2026-06-05
  • 조회 : 323
부분으로 남겨진 원들 – 거주의 리듬을 조직하는 작은 기하학 
– K&J 주택, CdKeM 주택 
김태영,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유토포건축사사무소 이사 
 
주택을 설명하는 건축가의 작업은 종종 생활의 특수한 조건에 기댄 개념이나 의도를 풀어낸 명확한 형식, 그리고 그것을 표상하는 하나의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실제의 거주가 그렇게 작동할까.
 
이 글은 원의 형상이나 그것의 이미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두 집의 설계에서 공통으로, 혹은 다르게 작동한 원의 일부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집은 완결된 이미지보다 반복되는 움직임과 감각 속에서 경험된다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K&J 주택은 경기도 개발제한구역 안, 수목원에 인접한 대지에 자리한다. 수목과 산으로 열린 사면의 경험, 그리고 보다 사적이고 보호된 중심을 필요로 하는 가족의 일상이 중요한 조건이었다.
우리는 물을 쓰는 내밀한 공간들을 중심의 코아로 압축하고, 그 바깥으로 생활이 펼쳐지는 구조를 구상했다.
 
 
K&J 주택 – 1층평면도, 다락평면도, 단면도
 
이 과정에서 원형의 구조가 탐색되었다. 중심을 감싸며 순환하는 외주부는 자연을 향해 열리면서도, 향과 조망에 따라 달리 반복되는 움직임 속에서 거주의 리듬을 조직하는 틀이 되었다.
빛을 따라 걷고 창가에 잠시 머무는 외주부가 있는가 하면, 코아의 벽을 등지고 대상을 바라보는 외주부도 있다. 때로는 복도처럼 열리고, 때로는 방처럼 닫힌다.
그렇게 가족의 기척을 느끼는 작은 반복 속에서 집은 하나의 사이클을 형성한다.
 
 
 
 
코너 자투리를 없애 만든 반원의 계단참은 효율적인 동시에 감각적이다. 벽과 천장 모서리의 조명이 곡선의 궤적을 따라 앞서가고, 몸은 멈추지 않은 채 이어서 올라간다.
거실과 다락의 지붕인 사분원의 천장은 공간의 깊이를 더하고, 매일 달라지는 빛은 곡면의 끝을 다르게 보여준다.
코아에 삽입된 반원형의 샤워공간과 화장실은 가장 내밀한 중심이면서 동시에 외주부의 벽을 최소화하기 위한 구조적 중심이다.
동북 코너의 욕조에서 시선은 사분원의 곡면창을 넘어 대각선으로 열린다.
 
 
     
     
 
 
반면 Casa di KeM에서는 원이 완결된 형상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층에 따라 두 가구가 달리 점유하는 이 집에서는 두 집을 나누고 연결해야 했고,
각각의 집이 독립성을 가지면서도 느슨한 관계를 유지해야 했다. 이 조건 속에서 원은 전체 형상이 아니라 부분으로 개입했다.
 
 
CdKeM 주택 – 1층평면도, 2층평면도, 단면도 
 
북쪽 도로에서 진입해 남향의 생활 공간과 소나무 조망을 향해 나아가는 남-북의 여정이 이 집의 기본 구조를 만든다.
동측에는 인접한 이웃 건물이, 서측에는 공개공지로서의 보행로가 놓인다. 이처럼 방향과 인접 조건이 부분마다 달라지는 상황 속에서, 우리는 전체 형상보다 각 부분이 맺는 관계에 더 주목했다.
 
 
 
 
1호집의 라운지에서 거실로, 거실에서 서재로 이어지는 반층의 전환은 생활의 장면을 점진적으로 펼쳐 보인다.
서로 다른 높이에서 가족의 존재를 감지하게 하며, 1호집이 전개의 경험을 가진다면 2호집은 보다 압축된 순환의 경험을 가진다. 
Casa di KeM 전체는 이 서로 다른 리듬이 한 건물 안에 공존하는 구조다.
 
 
 
 
곡면 코너로 시작하는 철판 난간의 지하 계단은 움직임의 시작을 부드럽게 전환시킨다.
원통형 콘크리트 계단의 내측으로 연속되는 철판의 돌음 난간은 수직 이동 자체를 하나의 공간적 경험으로 만들며, 반원의 콘크리트 계단벽과 함께 몸의 움직임을 감싼다.
거실의 사분원 노출콘크리트 곡면 천장은 남쪽의 빛을 깊숙이 끌어들이고, 그 끝에서의 시선은 창을 통해 하늘로 열린다.
옥상정원에서는 이 곡면 지붕이 끝이 보이지 않는 난간이 되어 적송의 뷰를 프레임한다. 서재의 사분원 코너 창은 시선을 대각선으로 전환하며 정원의 끝을 연속시킨다.
 
 
     
     
 

두 집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삶을 조직한다. 하나는 외주부를 따라 되돌아오는 반복 속에서, 다른 하나는 반층의 전개와 가로지르는 흐름 속에서.
그러나 둘 모두 완결된 형상 자체에 관심이 있지 않다. 관심은 언제나 그 안에서 사람이 어떻게 걷고, 멈추고, 머물며 살아가는가에 있다.
그리고 그 사람의 스케일과 감각을 따라, 원의 일부들이 개입한다.
사분원, 반원, 코너, 단부, 곡면, 궁륭, 원통.
이 작은 기하학적 개입들은 형태를 위한 제스처가 아니라 몸의 움직임과 시선, 머무름의 방식을 미세하게 조정하는 장치들이다.
완전한 원이 아니라 부분으로 남겨진 원들이, 그렇게 거주의 리듬을 조직한다.
 
 
     
 
 
K&J 주택 / Casa di KeM
설계 | 김태영 + 김현준 
팀    | 유토포건축사사무소㈜ 이철규, 허민, 양인혁
시공 | (주)제효 / 이든하임(주)
위치 | 경기도 광주시 / 성남시 판교동
용도 | 단독주택 / 다가구주택
준공 | 2025
협력 | 건축구조연구소 다우, 대경전기, 두현, KSD 런던
사진 | (주)제효  / 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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