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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상반기 국내답사#1_삼진제약 마곡 연구센터, 엑셈 마곡 연구소 답사
후기 / 이송희 회원
  • 작성일 : 2023-04-27
  • 조회 : 345

삼진제약 마곡 연구센터, 엑셈 마곡 연구소 답사 후기

 

   

삼진제약 마곡 연구센터                                                               엑셈 마곡 연구소

 

비가 조금씩 내리는 아침, 설레는 마음으로 약속된 장소에 갔습니다. 답사 장소로 향하면서 새로운 공간을 느끼는 것은 이렇게 설레는 일이었지 생각하게 됩니다. 학창시절 떠나는 답사와 사회생활을 하고, 다시 나서는 답사길은 새삼 이런 기분들이 내가 건축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였다는 것을 떠올리게 합니다.

 

주차장소로 안내된 곳은 엑셈 연구소 지하였지만, 달려간 곳에서 마주친 삼진제약 연구센터의 입면은 제 차를 이끌어 그곳 주차장에 주차하게 했습니다. 삼진제약 행사 때문에 엑셈 마곡 연구소로 다시 차를 옮겼지만, 1시간 일찍 도착해서 지하를 경험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삼진제약의 입면은 아름답습니다. 규칙적이지만 유기적으로 보이는 입면은 누구나 다 아는 가우디의 주택을 떠올리게도 합니다. 입면에 들어 올려진 곡면들이 빛에 민감한 제약회사 실험동에서 연구원들의 업무공간에 외부 개방감을 느끼게 해주고 싶은 장치였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미래이미지를 가진 정말 인간적인 건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Smart Farm)

 

로비에 우뚝 서 있는 스마트 팜은 3개층 높이로, 그곳에서 2주에 한 번씩 수확하는 유기농 채소들은 방문객들과 연구원들에게 좋은 식자재로 제공된다고 합니다. 1층의 로비는 홍보관의 개념을 가진 곳으로 만들어 달라는 건축주의 요청이 있었는데 식약동원(食藥同源) 좋은 음식과 약은 근원을 같이 한다. 라는 동의보감에 기초하여 건축주를 설득하여 만들어진 공간이라고 합니다. 제약회사에 동의보감에 기초한 녹색의 공간은 홍보 패널이나 영상으로 채워진 일반적인 홍보관이 아니어서 삼진제약이라는 브랜드에 더 나은 메시지를 주는 공간을 갖게 해주었습니다. 삼진제약 측 행사로 다른 층들은 보지 못했지만, 교수님이 회원들의 여러 질문에 상세히 답해 주셔서 만족한 답사였습니다.

 

당일 답사한 삼진제약 마곡 연구센터와 엑셈 마곡 연구소, 두 오피스 건물은 모두 서측을 바라보고 있는 건물입니다. 60-70년대 월스트리트 영화를 보면 성공한 사람들이 유리 마천루에서 도시를 바라보는 뒷모습의 장면이 나오는데, 건축주들은 그런 파워풀한 이미지에 대한 환상이 있고 유리 건물을 선호한다고 말합니다. 그렇지만, 서향의 건축물에서 유리를 입면 재료로 사용하면, 엄청난 일사량으로 모니터가 보이지 않아 유리면에 롤 스크린을 내리고, 조명을 사용하고, 냉방부하는 늘고, 밖은 볼 수 없게 됩니다. 그래서 고민을 하다가 삼진제약에서는 커튼을 들어올린 듯 그 틈으로 자리에 앉으면 도시의 모습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입면이 생겼고, 강풍이 불 때, 아래쪽에서 올라오는 바람을 빼내는 역할을 하는 상부 구멍으로 하늘과 나는 새도 볼 수 있습니다.

UHPC(Ultra-High Performance Concrete)는 철근배근이 없지만, 콘크리트의 5배이상의 강도를 구현할 수 있어 가벼워 보이며 정교한 패널라이징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특히 삼진제약의 UHPC는 메쉬로 인장강도를 강화하고 단면 컷을 해서 커튼의 주름처럼 패브릭의 느낌이 나게 만들었습니다.

 

김찬중 교수님이 설계한 오피스에는 발코니들이 곳곳에 숨어있는데 삼진제약 연구센터에도 남서측 코너에 발코니가 있습니다. 연구원들이 발코니 안쪽의 탕비실에서 커피를 한잔 가지고 나와서 마시는데 하얀색 건물에 하얀색 가운을 입은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의도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엑셈 마곡 연구소 루버                                                                           위) 모듈 X    아래) 서측발코니

 

엑셈 마곡 연구소의 루버는 서쪽의 태양광을 막기 위해 기능적으로 설치된 것뿐만 아니라, exem의 디자인요소가 숨어있었습니다. 스팬드럴 구간의 X자 모듈은 exem의 상징인 X를 형상화한 디자인입니다. X를 찾기 위해 건물 아래에서 위로 한참 올려다보았는데, 정작 그 X를 명확히 본 곳은 건물 내부로 들어가서 루버 앞 발코니에 섰을 때였습니다. 건축주분이 이 C.I.를 형상화한 디자인으로 건물에 더 애착을 느끼신다는 것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엘레베이터                                                                               공용공간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갈 때 관통되는 각 층의 뷰, 지상 7층에 내려서서 내려다본 건물의 공간은 밖에서 건물을 바라봤을 때의 이미지와는 완전히 상반되는 공간이었습니다.

공상과학소설에서 볼 수 있을 법한 곡면으로 뚫려 있는 슬라브, 몇 개 층이 개방된 공간, 그 중앙으로 향하는 계단은 정말 대단하다. 이렇게 내부를 비워두는 업무공간이라니, 건축주가 어떤 사람일지 궁금하다.’ 하는 생각이 들며 감탄하게 하였습니다. 중심은 공적 영역이고 가장자리로 업무공간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개인의 업무공간이 조금 더 넓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었으나, 회사 내의 카페와 게임룸, 정말 숲을 거니는 듯한 느낌이 드는 실내 정원, 밥이 맛있을 것 같은 우아한 식당과 로비를 바라보는 피트니스 공간은 ! 여기서 일하고 싶다. 여기 직원이 되려면 과를 바꿔야 할까와 같은 말들을 회원들의 입에서 쏟아내게 했습니다.

 

   

천창                                                                                        라운지

 

작은 회사라서 작은 액션을 하고 싶지 않다. 큰 회사에서도 할 수 없는 것을 하겠다.’ 이런 건축주의 생각은 시설에 더 많이 투자해서, 직원들이 일하고 싶고 도전하고 싶은 일터, 가치 있는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1층 로비를 들어서면 까만 벽 사이로 병풍처럼 밖의 정원 공간이 보입니다. 1층 다목적홀과 로비를 구분하는 문은 모두 열릴 수 있게 되어 행사가 있으면 더 넓게 공간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엘리베이터가 있는 코어의 상부 천창은 내부로 자연광이 들어오게 하며, 천창의 측면이 오픈될 수 있는 구조여서 대류 공기를 위로 빼내고 공조 부하를 줄일 수 있게 설계되었습니다.

메인 파사드의 마감재인 알루미늄 루버는 방향을 45도로 틀었고, 이를 통해 서쪽 일사는 차단하고 북서쪽 시야는 확보하였습니다. 입면 루버의 가장 긴 1층 부분의 길이는 6.9m이고 원하는 길이로 끊어짐 없이 표현하기 위해 알루미늄을 재료로 선택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루버에는 슬릿한 선형의 틈이 있어서 열을 받아도 팽창하지 않고, 형태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Data Forest(실내정원)

 

마지막으로 서울 식물원의 온실에 대한 설명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김찬중 교수님은 불룩한 온실이 싫었다고 합니다. 여느 식물원의 온실들처럼 가운데가 가장 중요하고 중심이 되는 공간이면서 형태가 불룩하게 설계하고 싶지 않아서, 서울 식물원의 온실은 가운데가 움푹 들어간 접시의 형상입니다. 싱가포르의 가든스 바이 더 베이 같은 곳보다 스케일이 작지만, 가장자리를 높게 해서 외연으로 확장되는 구조로, 5-10년 뒤 온실의 식물들과 밖의 식물들이 연장되는 장면을 그렸다고 합니다. 그리고 크기로 기념비적인 느낌을 주는 온실이 아닌 온실 밖의 식물들이 많이 자랐을 때, ‘길을 따라 걷다가 끝에 희끗희끗한 무언가가 있어 들어갔더니 온실이었어.’ 하는 감정이 들게 만들고 싶었다고 합니다.

 

움푹한 접시 모양의 지붕은 말 그대로 접시의 기능을 하는데, 가운데로 모여서 채집된 물과 눈은 아래로 보내서 정원용수로 재활용하는 시스템입니다. 지붕 형상은 식물원이니까 꽃을 모티브로 디자인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이 많은데 그것은 아니고, 구조적인 이유로 원형에서 접시형으로 처지는 것을 철골 프레임이 가장 많이 당겨야 하는 부분이 밖으로 나가고, 아닌 부분이 안으로 들어오면서 그런 형상이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3차원 철골 시스템은 조선소의 힘을 빌려 공장에서 모두 제작하고, 현장에서 조립만 하였습니다.

 

당일에 서울 식물원을 방문하지는 못했지만, 아이들과 여러 번 방문했던 서울 식물원의 형상이 왜 그런 모양이었는지, 건축가의 의도를 알게 되어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건축답사를 준비해주신 답사위원회와 회장님께 감사드리며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다음 답사에서 뵙겠습니다.

 

 

더블유에이엔 건축사사무소

이송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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