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터정보
[06732] 서울시 서초구 서운로 13 중앙로얄오피스텔 1705호TEL : 02)581-1340 | FAX : 02)585-1340 | E-mail : kifa82@kifaonline.com
Copyright(C) 2021 Korean Institute of Female Architects. All right reserved.
참여마당
|
2025_기획기사_오늘날 주목받는 여성 건축가_구보건축 조윤희 건축가 인터뷰
|
|
|
2025_기획기사_오늘날 주목받는 여성 건축가, 구보건축 조윤희 건축가 Architect Coh Yoon-hee of GUBO Architects in the spotlight today
조윤희 건축가는 2015년 홍지학 건축가와 함께 구보건축을 설립했다. 서울 용산구를 기반으로 활동 중인 구보건축은 도시 연구와 건축 설계를 병행하며 도시와 건축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왔다. ‘구보’ 라는 명칭은 김기림의 소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서 차용한 것으로, 평범한 시민의 시선으로 도시와 건축을 세심하게 관찰하는 태도를 반영한다. 구보건축의 대표 프로젝트로는 2023년 서울 노원구청 리모델링, 2022~2023년 연의 생태학습관, 2022년 이촌동 공유오피스 등이 있으며, 2020년 목조건축대상 특별상, 2021년 젊은 건축가상, 2023년과 2024년 서울시 건축상을 수상했다.
구보건축의 프로젝트는 공공성, 시민의 일상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특징이다. 조윤희 건축가는 완전히 통제된 건축보다는 변화와 사용자의 참여를 존중하는 공간을 지향하며, 이를 통해 공간의 다양성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중요한 기회를 제공한다. 이러한 부분이 답사와 인터뷰를 준비하는 기자단에게 인상 깊게 다가왔다.
[1] 연의 생태학습관 (2022~2023)
처음으로 답사를 진행한 곳은 <연의 생태학습관>이었다. 연의 생태학습관은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공원 내에 위치해 있다. 이 프로젝트는 도시 내 자연공간과 학습공간이 어떻게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연의 생태학습관은 도시 공원 안에 자리 잡은 특별한 학습 공간으로, 일반적인 건물과 달리 내부 공간보다 외부 공간과의 연계성을 더 중요하게 고려해 설계되었다. 보통 건축물은 쾌적하고 효율적인 실내 공간 확보에 집중하며 내부와 외부를 명확히 구분하지만, 이 학습관은 공원과 자연이 자연스럽게 건물 안으로 스며들 수 있도록 동선과 외부 공간 활용에 중점을 두었다.
건물은 1층부터 2층, 옥상까지 이어지는 외부동선을 통해 방문객들이 길, 학습장소, 휴식공간, 조망 장소 등 다양한 방식으로 공간을 경험할 수 있게 구성되었다. 아이들이 딱딱한 교실 대신 살아 숨 쉬는 자연 속에서 생태를 직접 체험하도록 하기 위한 조윤희 건축가의 설계 의도가 담겨있는 것이다.
이 학습관이 자리한 연의 생태공원은 유수지를 공원으로 조성한 공간으로, 주 출입로보다 약 7m 낮은 위치에 있다. 여름철 홍수 시 일부가 침수되도록 설계된 특성 때문에 건물 저층부는 침수 가능성으로 고려해 계획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또한 공원과 맞닿아있는 저층부의 미루나무 다섯 그루를 보존해 시민들이 자연 속에서 휴식과 교류를 할 수 있는 마당 같은 공간이 배치되어 있었다.
공간 구성은 ‘마루 위에 방들이 놓인 구조’처럼 넓은 마룻바닥 위에 필요한 방들을 분산 배치해 방문객들이 방과 방 사이를 자연스럽게 오가면서 공원의 다양한 풍경을 연속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주변 공원과의 높이 차이, 미루나무 위치 등을 세심하게 고려한 결과다. 그렇게 방과 방 사이를 오가며 여러 층과 다양한 높이에서 공원을 감상할 수 있었다. 유수지 레벨, 1층 진입로, 2층 온실, 그리고 옥상까지 각기 다른 위치에서 바라보는 공원과 미루나무는 건축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제공한다. 이러한 설계는 공원과 건축물이 하나로 어우러져 공존하는 새로운 형태의 생태 학습 공간을 조성했다.
[2] 이태원동 근린생활시설 리모델링 (2024~2025)
두 번째로는 이태원동의 오래된 건물을 고쳐 쓴 리모델링 프로젝트의 공간을 방문하였다. 이 프로젝트는 ‘절제의 미학’과 ‘적절함’을 향한 구보건축의 철학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었다. 답사를 마친 후 8월 18일에 진행되었던 인터뷰에서도 조윤희 건축가는 이태원동 리모델링 프로젝트에 대해 “최대한 힘을 빼고, 최소한으로 개입했다”라고 이야기했다.
1층 진입부와 더불어 저층부의 대부분이 도로 쪽으로 개방되어 있어서, 카페나 샵처럼 다양한 용도와 분위기로 쓰일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고 했다. 앞으로 사용자에 따라 건물이 변화할 것에 대해서도 “실망하지 않는다. 다양한 사용자의 손길이 건물을 완성해 가는 과정” 이라고 말한 만큼, 공간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유연함을 느낄 수 있었다.
건물을 답사하던 중 계단실에서 독특한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계단실에서 각 층으로 들어가는 출입구 중 한쪽은 통창으로, 다른 쪽은 유리문으로 되어있었는데, 왜 양쪽을 모두 개방하지 않았는지 궁금해 인터뷰 때 질문을 드렸다. 조윤희 건축가는 원래 이 공간은 한 층에 두 세대가 살던 곳으로 출입문도 두 개였지만, 현재는 한 공간으로 합쳐지며 한 쪽 출입문은 사실상 필요 없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그와 더불어 굳이 그 한 쪽 면을 벽으로 막지 않고 유리창으로 둔 이유에 대해, 이런 어딘가 모르게 남아있는 ‘의아함’이 건축에 재미를 더하는 유머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 답했다.
[3] S1 삼성동 근린생활시설 (2024~2025)
삼성동 근린생활시설은 좁고 길게 뻗은 대지 위에 자리한 건물로, 전면부와 후면부에 서로 다른 재료와 디자인을 적용해 공간의 특성과 기능을 분리했다. 전면부는 좁고 긴 대지 특성상 완전히 개방하기보다 견고하고 단단한 ‘건물의 얼굴’ 역할을 하도록 솔리드한 입면으로 처리했다. 대신 환기와 채광이 필요한 부분은 계단실과 건물 사이에 마련된 완충 공간과 건물의 동선을 통해 확보했다.
내부 공간은 주로 근린생활시설과 사무공간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임대시장에 적합한 효율적인 평면으로 계획됐다. 기존 주거용 구조였던 이 공간은 이제 새로운 용도로 변모하여, 층별로 큰 창문과 적절히 차폐된 공간을 적절하게 배치해 주변 주거지와 프라이버시를 유지하는 데에 신경 썼다. 그 외에도 마감과 디테일에서도 세심한 부분을 볼 수 있었다. 자연석 돌의 크기와 절단 방향을 다양화해 입면에 풍부한 텍스쳐와 리듬을 부여했고, 돌과 계단 등 서로 다른 재료들이 만나면서도 서로 충돌하지 않도록 적절한 이격이 이루어졌다. 주차장 입구와 하부 공간도 단순한 부속 시설이 아닌, 은은한 경관 조명을 활용해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공간으로 계획하여 건물 전체의 완성도를 높였다.
이 건물은 무엇보다도 계단실이 중요한 건축적 요소로 작용한다. 법적 요구사항인 피난계단을 외부로 배치해 내부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동시에, 외부 공간과 연계되는 열린 구조를 만들어 건축물의 단순한 통로가 아닌 층과 층을 연결하는 공간 경험을 제공하도록 설계됐다. 계단과 건물 사이의 완충 공간은 테라스 공간으로 조성하여 사람들의 만남을 촉진했다.
이 세 프로젝트에서 공통적으로 엿볼 수 있는 것은 ‘절제된 디자인’과 ‘공간의 적절함’에 대한 고민이다. 조윤희 건축가는 건축이 우리 삶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야 하며, 불필요한 장식 대신 공간이 가진 본질과 기능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기존의 것을 어느 정도 존중하고 유지하면서 새로운 것을 형성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구보건축이 설계하는 건축물은 단순한 구조물이 아닌, 시간이 지나며 사람들의 손길과 이야기가 더해져 ‘살아 숨 쉬는 장소’가 된다고 말할 수 있는 것 같다.
이 세 프로젝트에서 공통적으로 엿볼 수 있는 것은 '절제된 디자인'과 '공간의 적절함'에 대한 고민이다. 조윤희 건축가는 건축이 우리 삶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야 하며, 불필요한 장식 대신 공간이 가진 본질과 기능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기존의 것을 어느 정도 존중하고 유지하면서 새로운 것을 형성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구보건축이 설계하는 건축물은 단순한 구조물이 아닌, 시간이 지나며 사람들의 손길과 이야기가 더해져 '살아 숨 쉬는 장소'가 된다고 말할 수 있는 것 같다.
이처럼 구보건축의 세 프로젝트는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적절함’을 추구하며, 건축이 어떻게 도시, 사람, 자연과 잘 어우를 수 있는지 보여준다. 조윤희 건축가의 끊임없는 고민과 실험을 통해 만들어진 이 공간들은 우리에게 건축이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삶의 일부로서 주변 환경과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게 만든다.
_
지난 2025년 8월 13일(월), 서울시 삼성동 S1 답사를 진행한 후 인근 카페에서 구보건축사사무소의 공동대표 중 한 분인 조윤희 건축가와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이번 만남은 7월 중순 이메일 교류에서 시작되었으며, 당시 기사 작성의 취지와 인터뷰 요청 배경을 설명드리며 요청한 인터뷰에 흔쾌히 수락해주시면서 성사될 수 있었다.
사전 전달된 질문지를 바탕으로 인터뷰는 △구보건축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 △조윤희 건축가 개인의 건축적 여정과 가치관 △이번 답사에서 살펴본 건축물들 - 연의 생태학습관, 이태원 근린생활시설(리모델링), S1삼성동 근린생활시설-에 관한 질문 순으로 진행되었다.
약 한 시간 동안 총 20여 개의 질문과 그에 대한 답변으로 진행된 인터뷰는 편안한 분위기에서 이루어졌다. 대학교 재학 시절 건축에 대해서 했던 고민부터 처음 실무에 나가 깨달은 것에 관한 이야기, 미국 유학 시절의 경험이 설계에 대한 자신만의 가치관 조성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그리고 공동 대표인 홍지학 소장님과 구보건축을 이끌어 나가면서 경험을 통해 배운 것까지, 보편적인 답이 아닌 조윤희 건축가만의 생각과 가치관이 담긴 솔직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10년 사이에 구보건축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궁금해하고 가고 싶은 아뜰리에가 되었습니다. 구보건축만의 매력이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 구보건축만의 매력이라 한다면, 익숙한 방식이나 잘하는 것에만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것에 도전한다는 점입니다. 비록 그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얻은 경험과 배움은 다시금 구보건축의 중요한 자산이 되기에,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언제나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함께한 대화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은, "건축을 10년 이상 하다 보면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을 거 같은데, 그럴때는 어떻게 벗어나려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한 번도 건축이라는 분야에 익숙함을 느껴본 적 없다는 답변이다. 매순간 다른 상황을 마주하고, 예기치 못한 문제들이 발생하지만 결국 자신이 지향하는 방향으로 프로젝트를 이끌어 완성해 나가야 하는 것이 건축가가 해야 하는 일이기에 매너리즘에 빠질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답변을 듣고 조윤희 건축가가 얼마나 진지한 태도로 건축에 임하고 있는지, 그리고 구보건축이 언제나 새로운 결과물을 완성하며 사람들로부터 인정받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 젊은 건축가 상을 받은지 4년 정도 지났지만, 더 많은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스스로를 젊은 건축가라 생각할 것 같습니다. 항상 새롭고 여전히 모르는 것이 많기에, 그래서 계속해서 배워나가야 하는 프로젝트 뿐이기에 시작부터 끝까지 긴장감을 놓칠 수 없고 그래서 익숙함(매너리즘)에 빠지거나 그것을 경계하려 고민해 본 적은 없습니다.”
준비된 질문 외에도 이야기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기자로서 궁금한 것과 학생으로서 알고 싶은 것이 생겨나며 예상보다 인터뷰 시간이 길어졌지만, 조윤희 건축가는 모든 질문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답을 주었다. 어떤 질문에는 현업에 종사하는 실무자로서, 또 다른 이야기에서는 건축학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따뜻한 조언을 건네듯 답해주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구보건축이 했던 프로젝트 중 개인적으로 가장 아끼는 프로젝트를 선정해달라는 요청에 뜻밖의 답변이 돌아왔다.
“ (고민 후) 아직까지는 없는 거 같아요. 부분 부분이 완벽하다고 느낄 때는 있지만, 전체적인 완성도를 볼 때 항상 부족한 게 눈에 보여서 아쉬움이 남더라고요. 아직 시행착오를 통해 배워가는 중이라, 저희도 후에는 '명작이다' 할 수 있는 건물을 짓고 싶어요. (웃음)"
이번 인터뷰를 통해 얻은 조윤희 건축가의 가치관이 담긴 다양한 이야기들은 앞으로 건축을 배우고자 하는 이들에게도 의미 있는 메시지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조윤희 건축가는 스스로를 여전히 "젊은 건축가"라고 정의하며, 끊임없이 배우고 도전하는 자세로 건축을 대하고 있었는데 이러한 자세가 오늘날 그녀를 주목하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시간 동안 이어진 20여 가지 질문과 그에 대한 답변의 전체 내용은 학생기자단 블로그에 게재된 매거진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전체 내용을 천천히 읽어 내려가다 보면, 익숙함에 안주하지 않고 매순간 새로운 상황에 맞서며, 때로는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만의 해법을 찾아가는 태도는 건축을 바라보는 조윤희 건축가의 시선과 철학을 더욱 깊이 있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권수진(가천대) sujink2002@naver.com 김가연(한예종) maykim0218@gmail.com 백지연(인천대) yen1231@naver.com
|
|